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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과정(defensive processes)

  • 해오름
  • 조회 3881
  • 2009.02.02 12:08
30. 방어과정(defensive processes)

  방어과정(defensive processes)이란 여러 종류의 방어기제를 이용하여 복잡하게 조직화된 운동, 지각, 인지의 자아기능을 말한다. 다음의 네 종류가 있다.

 ●성격방어(character defense)

 타인에 대한 태도나 반응이 지속적인 어떤 특성을 갖고 있어서, 이것을 이용하여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불안을 극복하는 데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인격의 정해진 태도나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지나치게 친절한 성격의 사람은 숨겨진 공격심이나 가학적 욕구를 성격 자체로 방어하고 있을 수도 있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은 모욕당하는 위험을 막고, 완벽함을 성취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만족감을 얻는 수단으로 이런 성격 특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전환(轉換,conversion)

 심리적 갈등이 신체 감각기관과 수의근육계의 증세로 표출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상관을 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이 오른팔의 마비가 된 것을 들 수 있다. 심인성 실명(心因性 失明)도 그 예이다. 전환에 동원되는 방어기제는 억압, 동일시, 전치, 부정, 상징화 등이다.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K군은 오른팔 마비로 정신과를 찾아왔었다. 선생님께 구타를 당했다고 했다. 정형외과 ․  신경외과적 진찰을 받아 보았으나 뼈나 신경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특별한 구타의 흔적도 없었다. 정신과 진찰실에서, 어머니는 몹시 흥분해서 담임 선생님을 공격했다. 선생님은 미안해 하며 당황해 했다. 흥미있는 것은 K군의 표정과 태도였다. 어머니가 선생님을 심하게 비난할 때 그는 빙긋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팔이 마비된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근심이나 절망감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즐기고 있는 듯했다. 옷차림을 보아도 병든 중학생 답지 않게 비싼 메이커 제품을 입고 있었다.
 “엄마, 나 자전거 사줘야 돼.”
 “오냐, 내 새끼. 사주지, 사주고 말고.”
 K군의 요구는 즉각적으로 충족되었고, 어머니는 과잉보호적이었다. 갓난아이와 어머니의 관계처럼 보였다.
 그러나 담임 선생님은 억울한 입장이었다. 그 날 K군과 다른 학생이 싸우고 있었고, 선생님은 훈계하면서 매로 가볍게 한 대씩을 때려 주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것이 K군의 오른팔에 맞았다. 그러나 그 정도의 매로 팔이 마비되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아이한테 미안하기도 한 복잡한 심정이라고 했다.
 나는 K군의 입원을 권했다.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쳤으나 마침내 K군은 입원했다. 그의 진단명은 ‘전환장애’였다.
 억눌린 분노와 복수에 대한 불안이 있을 때, 이것이 신체적 증세로 전환되어 나타난다. 팔이나 다리의 마비, 두통, 언어장애, 시력장애가 오고, 때로는 실명하기도 한다. 이것은 꾀병이 아니다. 프로이트 이전까지는 꾀병으로 몰려서 천대받기도 했지만, 사실은 일종의 신경증이다. 이 병은 초기에 마음을 이해하고 잘 치료해 주지 않으면 만성화되어 치료가 어려워진다. 치료는 입원을 해서 분석을 하는 것이 원칙인데, 그 이유는 2차 이득(二次利得)을 금지시키기 위해서이다. 병으로 인한 물질적 ․  사회적 이익을 취하는 것을 2차 이득이라 한다. K군의 경우는 자전거를 얻게 된 것과 선생님을 곤경에 몰아 넣은 것, 어머니를 독점할 수 있게 된 것 등이 2차 이득이라 하겠다. 증세 때문에 얻은 이런 만족들이 있으므로 그는 팔이 마비되어 있어도 즐거울 수 있었다. 이처럼 증세에 대한 무관심을 보이는 것을 ‘미녀의 무관심(La belle indifference)'이라고 한다. 입원 후 약 1주일만에 K군은 완전히 회복되어 탁구도 칠 수 있게 되었고, 병동에서의 귀여움도 독차지 했다.

● 환상(幻想, fantasy)

 자아의 적응과정(ego-adaptive process) 중 하나이며 정신건강과 창조적 사고에 중요한 것이다. 이는 공상(day-dreaming)과 같은 것으로, 자유분방한 상상은 현실에서 빗나가지 않는 한 미래 설계의 바탕이 되며, 건전한 정신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현실을 벗어나면 위험하다. 현실의 만족이 불충분할 때, 욕구의 좌절이 심할수록 이 욕구와 관련된 환상이 많아지며 환상을 통한 퇴행적 대리만족을 찾게 된다. 다시 설명하자면 환상은 자기 욕구충족의 착각이다(illusion of wish-fulfillment). 프로이트는 현실원칙(reality principle)에 대한 쾌락원칙(pleasure principle)의 승리 및 압도가 팬터지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꿈(dream)

 꿈 역시 마음의 소원을 충족시켜 주고 불안을 방어해 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꿈의 내용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발현몽이고 다른 하나는 잠재몽이다. 발현몽(發現夢)은 흔히 우리가 ‘꿈을 꾸었다’고 할 때 본 내용이며, 잠재몽(潛在夢)은 이 발현몽을 일으킨 비의식적 근원이 되는 내용이다. 발현몽은 잠재몽이 꿈 작업을 통해 변형되어 표현된 것이 대부분으로서 일종의 호도껍질 같은 것이다. 껍질을 벗기면 숨어 있는 잠재몽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꿈 분석이라 한다. 꿈 작업에는 여러 가지 방어기제들이 작용한다. 즉 압축, 전치, 상징화, 퇴행 등이다. 잠재몽의 내용이 꿈의 진정한 의미이며 네 가지 근원에서 나온다.
 첫째, 본능적 욕구인데 여기에는 유아기의 기억이나 환상이 크게 관여한다. 어린 시절 계모에게 구박받던 청소년이 마귀할멈을 칼로 두 동강내는 꿈을 꾸는 것이 그것이다.
 둘째, 신체적 감각주입(sensory input)으로서 내적 신체자극(배고플 때 진수성찬의 꿈을 꾸는 것)과 외적 자극(자명종 소리를 들으며 자는 사람이 꿈에 포화가 터지는 전쟁터의 꿈을 꾸는 것)이 있다.
 셋째, 현재 생활 중의 소망(wish in current life)이 꿈의 근원이 된다.
 넷째, 그 날 있었던 일(day residue)로서,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생각이나 감정이 꿈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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