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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와 저항

  • 해오름
  • 조회 4362
  • 2009.02.02 12:03
18. 해리(dissociation)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성격의 일부가 그 사람의 지배를 벗어나 하나의 독립된 성격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해리(解離, dissociation)라고 한다. 몽유병, 이중인격(dual personality), 둔주(fugue), 자동필서(automatic writing) 등이 그 예이다. 문학작품으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Dr. Jekyll and Mr. Hyde)》가 그 좋은 예이다.
 해리장애의 증례를 소개하겠다.

 30대의 A부인이 정신과에 입원했다. 시아버지의 장례식 중에 발병했었다. 시아버지의 관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던 중에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생전의 시아버지처럼 행동한 것이었다. 남편의 이름을 마구 부르고 심부름을 시키는데, 그 목소리가 영락없는 시아버지였다. 동서들을 부를 때도 시아버지가 부를 때처럼 ‘새 아가’라고 부른다. 걸음걸이도 시아버지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 방으로 가지 않고 시아버지의 방인 큰방으로 들어갔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집안 식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동네에서는 며느리에게 시아버지 귀신이 붙었다고 소문이 났다. 큰돈을 주고 두 번이나 굿을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상태는 더욱 나빠져서 잠을 자지 않고 들로 산으로 싸돌아 다녔다. 기도원에서 귀신을 쫓아 내는 안수기도를 받았으나 역시 소용이 없었다. 그 지방의 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정신과를 찾아 오게 되어 입원을 했다. 입원후 10일째 되는 날, 부인은 자신을 되찾았다. 간호사로부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얘기를 듣고 몹시 부끄러워했다. 고된 시집살이 중에 믿고 의지하던 시아버지의 죽음은 부인에게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다.
 이처럼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당할 때 인격은 해리현상을 일으킨다. 이 때 환자는 마음속의 시아버지에 대한 기억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정신의학에서 이중인격(二重人格)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쓰는 이중인격의 의미는 우선자라는 뜻이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이 병의 원인은 현실적인 고통도 원인이 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인격의 미성숙이다. 고통을 참아 내고 처리할 만큼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 큰 고통에 직면했을 때 발병하는 것이다.


19. 저항(resistance)

 저항(抵抗, resistance)이란 억압된 자료들이 의식으로 떠올라오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 자료들이 의식으로 나오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는 대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얼굴이 빨개지고 당황하기도 한다. 저항을 보이면 환자가 억압된 중요한 자료들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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