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상환(restitution)
비의식의 죄책감을 씻기 위해 사서 고생하는 행동을 상환(償還, restitution)이라고 한다. 한 가장이 가족들은 끼니 끓일 것이 없어서 굶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몽땅 자선사업에 바쳐 버렸다. 이런 가장이 상환의 좋은 예이다.
6. 동일화(identification)
동일화 혹은 동일시(同一化 ․ 同一視, identification)는 부모, 윗사람 등 중요한 인물들의 태도와 행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닮는 것을 말한다. 동일화는 자아와 초자아의 형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하며 성격발달에 가장 중요한 방어기제이다. 동일화를 통해 부모가 자식의 성격 내부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모든 부모에게는 인격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에 ‘어떤 부모를 닮느냐’에 따라 성격의 구조가 달라진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모든 부모가 결함이 있고 아이의 경험이 다양하기 때문에 완벽한 동일화는 없다는 것이다.
동일화의 예는 아빠가 의사인 아들이 청진기와 주사기를 갖고 놀기를 좋아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독서, 연극, 영화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주인공과 자기를 동일화하고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화는 비의식의 과정이며, 그 동기는 대상이 갖고 있는 힘을 자기 것으로 하려는 소원이다.
동일화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형태가 있다.
●적을 모방함, 또는 금지된 대상과의 동일화(hostile or negative identification)
닮지 않아야 될 사람을 닮는 것을 말한다. 부모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을 갖고 있어도 어린아이에게는 그것이 힘으로 보이기 때문에 닮으려고 한다. 깡패, 범죄자, 잔인무도한 자를 닮을 때도 이 방어기제가 작용한다. 나치의 히틀러 유겐트(Hitler-Jugend)들은 나치 군대의 잔인성을 동일화 했다.
●공격자와의 동일화(identification with aggressor)
공격자를 닮음으로써 불안을 방어하는 것이다. 두려운 대상의 특징을 닮아 자기 것으로 해서 그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초자아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도깨비장난에서 볼 수 있듯이, 어린아이가 “내가 도깨비다.”하며 도깨비 흉내를 낼 때는 도깨비를 동일화함으로써 도깨비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학대당했던 환자가 분석가를 괴롭히는 것도 자신을 공격했던 어머니를 동일화함으로써 불안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as if' 성격, 병적 동일화(pathological identification)
어떤 이상적인 인물에 붙어 공생(symbiosis)하면서, 그 인물이 갖고 있는 힘을 누려 보려는 자아의 시도이다. 이들은 힘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이 사람에게 저 사람으로 옮겨가면서 모방하고, 붙어서 안정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동일화도 일시적이고 과장되어 있다. 그리고 상대방의 힘이 없어졌다고 느끼면 병적 동일화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힘센 사람의 행동을 흉내냄으로써 자신도 그렇게 되었다고 믿고 현실에 적응하는 것(pseudoidentification)으로서, 진정한 의미의 주체성이 없고 속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 경험도 없다(pseudoaffectivity). 자신의 주관이 없는 기회주의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 독재자에게 아부하는 해바라기 정치꾼이나, 남의 작품을 기막히게 묘사하는 예술인들, 신흥 종교의 광신도들을 그 에로 들 수 있다. 특히 경계선 장애환자들이 병적 동일화를 많이 쓴다
● 공감(共感, empathy)
공감(empathy)이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이 내 것처럼 느껴지고 이해되는 정신 현상이다. 그 사람이 되지 않고도 마치 그 사람의 처지가 된 듯이 그가 느끼는 것을 똑같이 함께 느낄 수 있는 현상을 말하며, 일시적이고 한정적이지만 건강한 형태의 동일화이다. 예를 들면, 정신분석가가 환자의 고통을 같이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다. 비교적 성숙하고 융통성 있고 여유 있는 인격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의사가 분석가의 입장에서 갖추어야 할 조건이다.
공감적 이해는 최고 수준의 이해이고 정신치료적인 효과를 갖는다. 논리적인 설명에 의한 이해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치료적 효과도 적다. 그 이유는 언어의 한계성과 논리의 한계성 때문이다. 그러나 공감적 이해는 논리와 언어를 넘어선 마음으로의 이해이다. 공감능력은 하나의 달란트로서 하나님으로부터 천부적인 은사를 받아 태어난다. 남의 슬픔에 잘 울고 고통을 나누어 가지는 사람들은 이런 은사를 받은 사람들이다. 또한 공감능력은 경험과 훈련을 통해서 개발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식이 대학입시에 실패하는 고통의 경험을 한 분석가는 같은 처지에 놓인 환자의 고통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공감이 일어나고 다정한 마음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위로의 말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공감에서 중요한 요소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독립된 개체로서, 주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마음은 나누되 독립성은 잃지 않는 것이 건전한 공감이다. 독립성을 잃게 되면 상대방의 감정에 전염되어 분석가마저도 깊은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교양 있고 인정 많은 부인이 있었다. 이 부인댁의 파출부 아주머니가 암에 걸렸다. 부인은 이 아주머니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눈물겹고 고생스러운 삶을 살아왔는가를 이해하고 있었다. 부인은 정성스럽게 아주머니를 돌봐 드렸다. 그러나 아주머니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어 몸은 쇠약할 대로 쇠약해졌고, 마침내 물도 넘기지 못하게 되었다. 죽어가는 아주머니와 그녀가 남기고 갈 수밖에 없는 가족을 보면서 부인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졌다.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고 우울해졌다. 필자는 부인의 귀한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한 가지 코멘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동정(同情)과 공감(共感)의 차이에 대한 것이었다. 동정심은 상대방의 감정에 같이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을 도울 수가 없고 자신도 상처를 받게 된다. 부인은 지혜로운 분이었다. 곧 원기를 회복하고 아주머니에게 하나님을 전도하고 영생의 소망을 갖게 해드렸다. 아주머니는 소망 가운데 편안히 임종할 수 있었다.
●합일화와 함입(合一化와 合入, incorporation and introjection)
이 둘은 넓은 의미로 볼 때 다 같이 미숙하고 원시적인 형태의 동일화에 속한다.
합일화는 ‘자기’와 ‘자기가 아닌 것’을 전혀 분별하지 못하는 유아기에 일어나는 동일화를 뜻한다. 즉 외계에 있는 대상을 입으로 삼키듯이 그대로 자기 자아의 구조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원시적이 s동일화이다. 성숙한 동일화의 경우는 대상을 받아들일 때, 자아의 구조 속에서 동화(assimilation)되어 자기 것으로 변형시켜 받아들이는데, 합일화의 경우는 이 과정이 아직 발달되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면 식인종들이 강하고고귀한 특성을 갖고자 할 때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을 잡아먹는 경우도 합일화의 예이다.
함입은 유아가 좀 더 커서 적어도 ‘자기’와 ‘자기 아닌 것’ 정도는 구별하는 시기에 와서 일어나는 동일화이다. 자기 나름대로 외계의 대상을 생각하고 느끼는 대상으로 믿고, 자기 내면의 자아 속에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외부 환경 속에 있던 대상이 자기 내면세계로 들어와 있으므로, 그 외부의 대상에게 주었던 사랑이나 증오가 이제는 자기 내면의 대상에게로 옮겨오게 된다. 예를 들어, 남편이 죽은 뒤 슬픔에 빠진 부인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남편의 이미지와 생기의 남편을 동일화하여 자기 이미지에 대한 부인의 태도나 행동이 마치 남편에게 하듯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미 죽어 버린 마음속의 남편과 얘기하고 그를 원망하며 때로는 그가 미워서 살해하기 위해 자기를 죽이기도 한다. 투사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비의식의 죄책감을 씻기 위해 사서 고생하는 행동을 상환(償還, restitution)이라고 한다. 한 가장이 가족들은 끼니 끓일 것이 없어서 굶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몽땅 자선사업에 바쳐 버렸다. 이런 가장이 상환의 좋은 예이다.
6. 동일화(identification)
동일화 혹은 동일시(同一化 ․ 同一視, identification)는 부모, 윗사람 등 중요한 인물들의 태도와 행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닮는 것을 말한다. 동일화는 자아와 초자아의 형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하며 성격발달에 가장 중요한 방어기제이다. 동일화를 통해 부모가 자식의 성격 내부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모든 부모에게는 인격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에 ‘어떤 부모를 닮느냐’에 따라 성격의 구조가 달라진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모든 부모가 결함이 있고 아이의 경험이 다양하기 때문에 완벽한 동일화는 없다는 것이다.
동일화의 예는 아빠가 의사인 아들이 청진기와 주사기를 갖고 놀기를 좋아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독서, 연극, 영화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주인공과 자기를 동일화하고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화는 비의식의 과정이며, 그 동기는 대상이 갖고 있는 힘을 자기 것으로 하려는 소원이다.
동일화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형태가 있다.
●적을 모방함, 또는 금지된 대상과의 동일화(hostile or negative identification)
닮지 않아야 될 사람을 닮는 것을 말한다. 부모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을 갖고 있어도 어린아이에게는 그것이 힘으로 보이기 때문에 닮으려고 한다. 깡패, 범죄자, 잔인무도한 자를 닮을 때도 이 방어기제가 작용한다. 나치의 히틀러 유겐트(Hitler-Jugend)들은 나치 군대의 잔인성을 동일화 했다.
●공격자와의 동일화(identification with aggressor)
공격자를 닮음으로써 불안을 방어하는 것이다. 두려운 대상의 특징을 닮아 자기 것으로 해서 그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초자아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도깨비장난에서 볼 수 있듯이, 어린아이가 “내가 도깨비다.”하며 도깨비 흉내를 낼 때는 도깨비를 동일화함으로써 도깨비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학대당했던 환자가 분석가를 괴롭히는 것도 자신을 공격했던 어머니를 동일화함으로써 불안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as if' 성격, 병적 동일화(pathological identification)
어떤 이상적인 인물에 붙어 공생(symbiosis)하면서, 그 인물이 갖고 있는 힘을 누려 보려는 자아의 시도이다. 이들은 힘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이 사람에게 저 사람으로 옮겨가면서 모방하고, 붙어서 안정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동일화도 일시적이고 과장되어 있다. 그리고 상대방의 힘이 없어졌다고 느끼면 병적 동일화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힘센 사람의 행동을 흉내냄으로써 자신도 그렇게 되었다고 믿고 현실에 적응하는 것(pseudoidentification)으로서, 진정한 의미의 주체성이 없고 속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 경험도 없다(pseudoaffectivity). 자신의 주관이 없는 기회주의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 독재자에게 아부하는 해바라기 정치꾼이나, 남의 작품을 기막히게 묘사하는 예술인들, 신흥 종교의 광신도들을 그 에로 들 수 있다. 특히 경계선 장애환자들이 병적 동일화를 많이 쓴다
● 공감(共感, empathy)
공감(empathy)이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이 내 것처럼 느껴지고 이해되는 정신 현상이다. 그 사람이 되지 않고도 마치 그 사람의 처지가 된 듯이 그가 느끼는 것을 똑같이 함께 느낄 수 있는 현상을 말하며, 일시적이고 한정적이지만 건강한 형태의 동일화이다. 예를 들면, 정신분석가가 환자의 고통을 같이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다. 비교적 성숙하고 융통성 있고 여유 있는 인격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의사가 분석가의 입장에서 갖추어야 할 조건이다.
공감적 이해는 최고 수준의 이해이고 정신치료적인 효과를 갖는다. 논리적인 설명에 의한 이해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치료적 효과도 적다. 그 이유는 언어의 한계성과 논리의 한계성 때문이다. 그러나 공감적 이해는 논리와 언어를 넘어선 마음으로의 이해이다. 공감능력은 하나의 달란트로서 하나님으로부터 천부적인 은사를 받아 태어난다. 남의 슬픔에 잘 울고 고통을 나누어 가지는 사람들은 이런 은사를 받은 사람들이다. 또한 공감능력은 경험과 훈련을 통해서 개발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식이 대학입시에 실패하는 고통의 경험을 한 분석가는 같은 처지에 놓인 환자의 고통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공감이 일어나고 다정한 마음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위로의 말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공감에서 중요한 요소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독립된 개체로서, 주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마음은 나누되 독립성은 잃지 않는 것이 건전한 공감이다. 독립성을 잃게 되면 상대방의 감정에 전염되어 분석가마저도 깊은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교양 있고 인정 많은 부인이 있었다. 이 부인댁의 파출부 아주머니가 암에 걸렸다. 부인은 이 아주머니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눈물겹고 고생스러운 삶을 살아왔는가를 이해하고 있었다. 부인은 정성스럽게 아주머니를 돌봐 드렸다. 그러나 아주머니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어 몸은 쇠약할 대로 쇠약해졌고, 마침내 물도 넘기지 못하게 되었다. 죽어가는 아주머니와 그녀가 남기고 갈 수밖에 없는 가족을 보면서 부인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졌다.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고 우울해졌다. 필자는 부인의 귀한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한 가지 코멘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동정(同情)과 공감(共感)의 차이에 대한 것이었다. 동정심은 상대방의 감정에 같이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을 도울 수가 없고 자신도 상처를 받게 된다. 부인은 지혜로운 분이었다. 곧 원기를 회복하고 아주머니에게 하나님을 전도하고 영생의 소망을 갖게 해드렸다. 아주머니는 소망 가운데 편안히 임종할 수 있었다.
●합일화와 함입(合一化와 合入, incorporation and introjection)
이 둘은 넓은 의미로 볼 때 다 같이 미숙하고 원시적인 형태의 동일화에 속한다.
합일화는 ‘자기’와 ‘자기가 아닌 것’을 전혀 분별하지 못하는 유아기에 일어나는 동일화를 뜻한다. 즉 외계에 있는 대상을 입으로 삼키듯이 그대로 자기 자아의 구조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원시적이 s동일화이다. 성숙한 동일화의 경우는 대상을 받아들일 때, 자아의 구조 속에서 동화(assimilation)되어 자기 것으로 변형시켜 받아들이는데, 합일화의 경우는 이 과정이 아직 발달되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면 식인종들이 강하고고귀한 특성을 갖고자 할 때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을 잡아먹는 경우도 합일화의 예이다.
함입은 유아가 좀 더 커서 적어도 ‘자기’와 ‘자기 아닌 것’ 정도는 구별하는 시기에 와서 일어나는 동일화이다. 자기 나름대로 외계의 대상을 생각하고 느끼는 대상으로 믿고, 자기 내면의 자아 속에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외부 환경 속에 있던 대상이 자기 내면세계로 들어와 있으므로, 그 외부의 대상에게 주었던 사랑이나 증오가 이제는 자기 내면의 대상에게로 옮겨오게 된다. 예를 들어, 남편이 죽은 뒤 슬픔에 빠진 부인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남편의 이미지와 생기의 남편을 동일화하여 자기 이미지에 대한 부인의 태도나 행동이 마치 남편에게 하듯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미 죽어 버린 마음속의 남편과 얘기하고 그를 원망하며 때로는 그가 미워서 살해하기 위해 자기를 죽이기도 한다. 투사와 반대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