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와 반동형성

  • 해오름
  • 조회 4994
  • 2009.02.0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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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취소(undoing)

 비의식에서 자신의 성적 욕구 혹은 적대적인 욕구로 인해서 상대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느낄 때, 그에게 준 피해를 취소하고 원상복귀하려는 행동을 할 때 취소(取消, undoing)라고 한다. 속죄행위가 이 취소에 속한다.

 한 처녀가 식탁 너머에 앉아 있는 동생이 너무 아름다워 보여서 질투를 느끼고, 이런 생각을 했다.
 ‘ 저 애의 이가 몽땅 빠져 버렸으면 좋겠네.’
 이 생각이 그녀의 비의식 속에서 죄책감을 일으켰다. 그녀는 곧 벌떡 일어나서 치아를 튼튼하게 해 주는 우유를 컵에 가득 따라 동생에게 주었다. 이 행동은 취소기제에서 나온 것이다.

 
 한 소년이 어머니를 물에 빠뜨려 죽이는 팬터지를 갖고 있었다. 그는 수도꼭지를 계속해서 잠그고 또 잠그는 강박행위로 고생하고 있었다. 이 행동은 상징적인 증세행동이었다. 수돗물을 계속 쏟아지게 하면 홍수가 나서 어머니가 죽는다는 비의식적 살해 공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살해 공상은 죄책감을 일으킨다. 수돗물을 반복해서 잠그는 강박행동은 죄책감에서 생긴 증세행동이었다. 다시 말해서 수도꼭지를 잠그는 행위는 어머니의 익사를 막아주는 행위이다. 그래서 공상 속에 살해행위를 취소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는 수도꼭지를 잠그기 전에 먼저 확 틀어서 물이 쏟아지는 것을 본 후에 잠갔다. 살해행위와 취소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정으로 번 돈의 일부를 자선 사업에 쓰는 경우, 다이너마이트로 번 돈으로 노벨상을 만드는 행동이 취소 방어기제에 속한다. 부인을 때린 남편이 꽃을 사다 주는 행위도 취소다. 많은 종교 의식의 기제에 취소 방어기제가 있다.


4.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반동형성(反動形成, reaction formation)이란 겉으로 나타나는 태도나 언행이 마음속의 욕구와 반대인 경우이다. 비의식의 밑바닥에 흐르는 생각 ․ 소원 ․ 충동이 너무나 부도덕하고 받아들이기에 두려운 것일 때, 이와 정반대의 것을 선택함으로써 의식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는 과정이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관계를 해서 아이를 낳아 왔다. 이 딸을 과잉보호하는 부인이 있었다. 딸을 볼 때마다 그 애의 생모(生母) 생각이 나서 딸을 죽이는 상상을 하고 놀라곤 했다. 그럴수록 부인은 딸을 정성스럽게 보살폈고, 딸이 눈에 안 보일 때는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는 상상에 놀라 미친 듯이 찾아 나서곤 했다. 이런 부인의 모습이 남편에게는 천사처럼 보였지만, 부인의 딸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의 행동은 증오에 대한 반동형성의 결과였다.

 역공포(counter-phobia)도 반동형성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두려움이 의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두려운 상황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것이다. 괴기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동형성이 이성의 한계를 넘지 않고, 적응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불안을 막는 유용한 방어기제가 될 것이다. 취소기제와 연관이 있고 동일한 발달단계(2,3세)에서 일어난다. 때로는 과잉보상(over-compensation)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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